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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 맥주에 어울리는 책 나는 솔직히 이런 종류의 에세이는 사서 읽진 않는다. 특히 감성을 자극할 것 같은 에세이 자체를 잘 읽진 않는다. 싫어하진 않는데 그냥 뭔가 서점에서 손이 잘 안 간다. 나에겐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오그라드는 느낌이 있었다. 이 책도 누군가가 선물해줘서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다가 그냥 갑자기 읽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잔잔하게 계속 손이 갔다. 그냥 짬날 때마다 들춰서 읽게 되고, 새벽에 맥주 한 캔이랑 딱 어울리는 책이다. 물론 어느 부분은 나에겐 버거운 감성이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에피소드가 꽤나 적절했던 것 같다. 나는 책갈피가 없어서 인화해놓은 사진을 그냥 책갈피로 쓴다. 다 읽은 책은 사진을 빼서 책장에 다시 꽂아 넣는데 계속 생각나는 글이 있어 이 책은 사진을 넣어둔 채로 책장에 넣었다. 나한테 꽤 .. 더보기
소울(Soul, 2020) : 코로나블루 치료제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우리의 영혼이 정해진다. 성격과 취향이 정해지고 이를 토대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다. 이 영화가 설정하고 있는 불꽃이라는 것이 지금 내가 사는 목적이 된다. 그럼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사는 목적이 정해져서 나온다는 뜻일까? 다행히 이 영화는 그 말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 가드너의 재즈에 대한 사랑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최고의 순간에서 불의의 사고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간 조 가드너가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의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지구로 가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22와 함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적을 갖고 인생을 산다. 안정적인 삶이라는 목적을 갖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취준생, 세계챔피언이 되기 위해 .. 더보기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 인류의 움직임을 시대순으로 솔직히 하룻밤에 읽는 것은 쉽지 않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라 나는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 정도 독서를 하기 때문에 일주일은 걸렸던 것 같다. 주말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뭐 이건 중요한게 아니다. 농업혁명이 시작되고 인류가 대규모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다. 이 책은 시간순으로 서술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모든 역사를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그만큼 핵심을 추려냈기에 인류사에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짚고 넘어간다. 그 결과 인류를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종교와 경제다. 물론 그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종교로 인해 한 민족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고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전쟁이 발발한다. 이로 인해 역사는 진보하고 후퇴.. 더보기
생각의 탄생: 생각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과정은 '생각→분석(레퍼런스 찾기 등)→스케치→구체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반복되는 과정을 거친 디자인의 결과는 노하우 혹은 경험의 축적으로 발전해간다. 이런 관습적인 디자인 과정을 탈피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이 바로 이 '생각의 탄생'이다. 참고문헌을 제외하더라도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나 같은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버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인내심을 바탕으로 완독한 이 책은 한층 더 질 좋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생각의 과정에서 불편함과 삐걱거림을 느낄 때 한 번씩 다시 들여다보면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 같다. 단지 창조적 생각을 위한 생각도구 13가지를 소개할 뿐이지만 뭔가 이 .. 더보기
그랑블루(Le Grand Bleu, 1988) : 사람이 된 돌고래 어느 하나를 심각하게 좋아해서, 아니 '좋다'라는 표현을 넘어서 '중독'이라는 수준까지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게임일 수도, 운동일 수도 있다. 영화 [그랑블루]는 바다에 중독되어 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쟈크(쟝 마르 바)에게 잠수는 인생이다. 직업이라는 단어로는 쉽게 형용할 수 없는 인생의 전부이다. 쟈크는 잠수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바다 깊은 곳에서 다시 눈부신 지상으로 올라가야 할 이유를 찾기가 버겁다고 말한다. 자신이 바다에서 평생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더라도 쟈크에게 바다는 생명 그 이상이다. 이중적 잣대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 남자의 인생과 그를 품은 바다를 그려낸 이 영화는 여전히 80년대의 대표작이자 시대정신이다. 흑백과.. 더보기
올드보이(Oldboy, 2003) : 패턴 전쟁 무섭다. 15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말과 행동들이 두렵다. 차라리 남에 대해 몰랐으면 좋겠을 정도로, 그래서 말할 거리가 없었으면 좋을 만큼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남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상처를 주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sns는 이제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이다.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남의 일 상을 엿보고 화제 삼아 대화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러한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왜곡되고 와전되어 본질을 잃어간다. 우리는 남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대수는 뚫린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그들의 사랑을 엿보고 말한 것 하나로 15년 동안 갇히게 되고 같은 행위를 .. 더보기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 : 올해의 다짐 사실 '내일 죽을 것 처럼 오늘을 산다'는 말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물론 그만큼 하루하루를 소중히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뼈가 으스러지고 정신이 나갈만큼 하루를 불태우고 싶진 않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나는 그냥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비범한 내일이 온다고 믿는 편이다. 근데 만약 내일, 혹은 길어야 한 달안에 내 삶은 종지부를 찍는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나는 지금과 같이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한 다음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유투브를 보다 잠드는 그런 하루를 보내진 않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마틴과 루디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마틴은 루디에게 죽은 뒤 천국에선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살면.. 더보기
마더(Mother, 2009) : 푸르른 모성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는 어긋난 모성애가 얼마나 잔혹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엄마가 아들을 위해 얼마나, 어디까지 미쳐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소름돋게 만들며 원빈 역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든 것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각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 그리고 그 씬을 채우는 미장센은 영화 미술이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의 미술감독이었던 류성희 감독은 이로부터 7년 뒤 박찬욱 감독의 로 칸 영화제에서 벌칸상을 수상하게 된다. 첫 이미지부터가 너무나도 강렬하다. 김혜자 선생님의 눈빛과 표정, 무심한 들판 위에 푸른 하늘, .. 더보기